어느 근위대원의 날들 - 35 (END)
첫날밤, 신혼여행, 그리고.
96.
"그럼, 공주님, 부마님! 좋은 시간 되십쇼!"
"너무 밤을 불태우시다가 내일 비행기 시간 늦으시면 안됩니다!"
"필요하신 거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면…"
"야, 연락하시겠냐. 그냥 우리는 빨리빨리 꺼져드리는게 도와드리는 길이야. 아무튼, 그럼 이만 저희는 물러가겠습니다!"
오늘따라 공주의 전담호위들의 깐죽거림이 심하다. 무슨 말을 해도 전 상관에게 얻어맞지 않을 자신이라도 있는지 동하를 위시한 근위대원들이 기어코 한마디씩을 하고 만다. 평소 공주의 앞에서는 별 말이 없는 김 소위도, 막내인 탓에 묘하게 시경을 닮아가던 서 중사도 오늘만은 슬금슬금 입가에 오묘한 웃음을 머금고 있다. 시경의 한 쪽 눈썹이 치켜 올라가려 하자 급하게 경례를 붙이고 사라지는 근위대원들을 보며 재신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여간에, 정말. 안 그러던 사람들까지 왜 저러나 몰라."
길고 복잡한 결혼식 일정이 모두 끝나고 근위대원들이 정장 차림의 재신과 시경을 신궁에 바로 인접한 신혼집에 막 모신 참이었다. 바로 신혼여행을 떠나기엔 일정이 너무 촉박해 사가에서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신혼여행을 떠나기로 되어 있었다. 둘만 남자 시경은 간질간질한 마음에 괜시리 눈썹을 매만졌다. 야, 일부러 오후 비행기로 일정 맞춰놨다. 이 형님의 하해와 같은 배려심을 알겠냐, 매제? 빙글빙글 능글맞게 귓속말을 하던 재하가 떠올랐다.
"얼른 들어가요, 나 다리 아파."
"아, 네."
손을 곱게 모아 비비던 재신이 시경을 쳐다보자 시경이 그제야 현관의 도어락을 열려 버튼에 손을 댔다. 어? 나도나도, 나도 같이 할래. 우리 처음 들어가는 거잖아요. 비밀번호의 첫 숫자를 누르려던 시경의 손등 위에 재신의 손이 겹쳐졌다. 꼭 쥐어진 두 손이 조심조심 하나씩 버튼을 누르자 이내 전자음과 함께 도어락이 해제되었다. 두 사람만을 위해 완성된 사가의 현관문이 열리고, 실내의 따스한 공기가 두 사람에게 훅 끼쳐왔다. 시경의 손이 그대로 재신의 손을 꼭 쥐고 마음 급한 재신이 이내 먼저 발을 딛으려는 순간 시경이 재신을 붙들었다.
"응? 왜요?"
"공주님."
"응."
의아함에 재신이 눈을 깜박이는 사이 시경이 재신을 훅 안아들었다. 꺅, 시경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재신의 발에서 구두 한 짝이 벗겨져 현관으로 떨어졌다. 첫날밤에 신부는 자기발로 걷는거 아니래요. …응? 뭐야아,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터무니 없는 농담을 하는 시경을 보던 재신이 안긴 채로 웃음을 터뜨렸다. 한 손은 목 뒤에, 다른 한 손은 무릎을 받치고. 이제는 능숙하게 재신을 안아올린 시경이 신발을 벗고 거실로 올라섰다. 벽을 더듬어 불을 켜자 시경이 바쁜 사이 재신이 꾸며놓은 신혼집이 환하게 불을 밝힌다.
조심스레 재신을 소파에 내려놓은 시경이 낯선듯 집 안을 둘러보았다. 따뜻한 색의 벽지와 프레임을 맞춰 걸어놓은 재신 취향의 그림들, 장식장에 놓인 재신과 시경의 사진, 두 사람이 함께 고른 식탁과 의자까지. 하나하나 다 눈에 담으려는 듯 살피는 시경의 뒤에서 재신이 살며시 허리를 끌어안았다.
"어때요, 앞으로 여기서 살게 되는 감상은?"
"공주님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습니다."
"뭐야, 내가 인테리어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데 어디든 좋은거야?"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
재신이 뾰루퉁하게 뺨을 부풀리자 다급하게 시경이 고개를 저었다. 또, 또 농담에 정색하구. 재신이 시경의 팔을 톡 치자 그제야 시경도 긴장을 푼 듯 웃음이 돌아왔다. 두 사람은 손을 꼭 쥔 채 함께 집 안 구석구석을 살폈다. 찬장에 접시가 가득하니까 너무 뿌듯해. 그렇게 좋으세요? 응! TV장이랑 바닥 색깔 맞추니까 예쁘죠. 네, 분위기가 고급스러워서 좋습니다. 우리 이층도 가봐요, 빨리. 공주님, 이층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안 괜찮으면 이제와서 어떡해? 뭐 나중에 나이 들어서 다리 다시 아프면 은시경씨가 맨날 안고 올라야지 뭐. 제 허리부터 잘 간수해야겠습니다. 그 허리 잘 간수해요,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라는데. 원목으로 처리된 계단을 나란히 한 발씩 올라가자 침실과 시경의 서재, 재신의 작업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니는 거실에 두고 싶은데, 괜찮아요?"
"전 괜찮습니다."
"지금은 궁에서 언니가 봐주고, 신혼여행 끝나면 데려오기로 했어요. 아, 그리고 여기에 웨딩사진 걸고 싶어요. 이만한걸로."
"그렇게 해요. 옆에 비는데는 다른거 거시려고요?"
"음… 여기는, 나중에 우리 아이 태어나면 그 때 같이 사진 찍어서 걸거야."
시경의 팔짱을 낀 재신이 꿈꾸듯 말하다 시경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뺨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재신의 새삼스러운 반응에 시경도 흠흠, 헛기침을 하며 괜히 바닥만 쳐다보았다. 재신의 입에서 아이, 라는 말이 나오자 결혼이 갑자기 실감이 났다. 재신과 결혼했다. 부부인 것이다. 앞으로 이 집에서 평생을 살게 된다. 재신과,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와. 시경의 시선이 재신의 작업실 옆 아직 비어있는 방에 머물렀다. 앞으로 채워질, 아이의 방.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가능한 선에서 아이를 갖자고 두 사람은 이야기했다. 재신의 몸이 걱정되지 않는 바 아니었지만 재신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 운동도 열심히 하고, 휠체어 타라면 탈거고, 수술 해야 한다면 할거에요. 아이가 우리에게 오지 않아서 못 낳는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아이가 생겼는데 내 몸때문에 포기해야 할 상황은 절대 안 만들거야.」
어색한 공기가 두 사람 사이에 머무르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재신이 시경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두 사람이 침실로 들어서자 침실 협탁 위에 놓인 한 다발의 꽃과 와인병이 두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 저건 뭐지? 시경씨가 놔둔거에요?"
"아닙니다. 저도 처음 보는 건데요."
반짝거리는 와인잔 옆에 카드가 한 장 놓여 있다. 좋은 밤 되시라요. 동글동글한 글자만으로도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역시 언니가 최고야. 이거 내가 좋아하는건데. 카드를 든 채 와인병의 라벨을 읽은 재신의 얼굴이 환해졌다. 취향의 와인에 마냥 기뻐하는 재신의 옆에서 시경은 조심스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재신이 고른 작게 곡선이 들어간 흰색의 시트와 폭신한 이불. 나란히 놓인 같은 색의 베개. 시경의 신경은 와인에 가 있지 않았다. 조금 후, 저 새하얀 시트 위에 흩어질 재신의 붉은색 머리카락이 벌써 눈 앞에 보이는 듯 했다. 흠, 작게 헛기침을 한 시경이 재신에게서 와인병을 받아들었다.
"와인, 드시겠어요?"
"응. 와인 한 잔씩 해요."
"먼저 씻고… 드시겠어요?"
"응? 으응, 그, 그래야죠. 시경씨도 씻어요. 하루종일 밖에 있었는데."
뒤늦게 시경의 뉘앙스를 알아챈 재신이 후다닥 카드를 다시 협탁 위에 내려놓고 욕실이 딸린 드레스룸으로 들어가버렸다. 콩, 닫히는 드레스룸의 문을 본 시경도 긴장해 굳은 얼굴로 옷을 챙겨 들고 다른 쪽의 욕실을 향했다.
아, 으. 어쩌지. 욕실 문을 열고 들어온 재신이 아랫입술을 꼭꼭 씹었다. 처음 함께하는 밤은 아니다. 몸은 수없이 겹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혼 첫날밤이 긴장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재신은 조심스레 가지고 들어온 속옷과 슬립을 펼쳐보았다. 공주님, 이거 저희가 드리는 결혼 선물이에요. 결혼 며칠 전, 궁인들이 건넸던 네모난 상자를 무심코 열었던 재신은 혹여 누가 봤을까 후다닥 급하게 다시 닫았다. 미쳤어미쳤어. 이런걸 어떻게 입어. 재신의 패션 감각은 그다지 고루하지 않았다. 시경의 앞에서 대담한 속옷을 안 입어본 것도 아니었다. 란제리 차림으로 시경의 리조트 방에서 기다리고, 아예 속옷만 입고 그의 앞에서 잠든 적조차 있었는데도 어쩐지 오늘만은 첫날밤이라는게 의식되면서 이상할 정도로 부끄러움이 목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너무 야한거 아냐?"
나비 날개마냥 파르륵 속이 비치는 슬립과 누가 봐도 오늘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가 뚜렷한 속옷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재신은 이내 결심했다는 듯 걸터앉아 있던 욕조에서 일어섰다. 그래, 첫날밤에 입는거지 이런건. 장미향이 담뿍 나는 샴푸와 바디워시로 샤워를 한 재신이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닦고는 살며시 옷을 걸쳤다.
재신이 조심스럽게 드레스룸 문을 열고 나오자 침대에 걸터앉아 와인잔에 와인을 따르고 있던 시경이 몸을 돌려 재신을 쳐다보았다. 공주… 님. 시경의 눈이 재신의 물기어린 머리카락, 욕실의 더운 공기에 상기된 뺨과 붉은 입술, 곱게 뻗은 목 아래에서 살랑거리는 슬립 사이로 훤히 비치는 가슴골과 얇은 천에 감겨 드러나는 골반과 엉덩이의 곡선, 그 아래로 쭉 뻗은 다리와 맨발을 차례로 훑었다. 너, 너무 그렇게 보지 마요. 정직하다 못해 노골적인 시선에 재신이 얼굴을 붉히며 시경의 옆에 다가와 앉았다. 바로 맞닿은 전신에서 끼쳐오는 달콤한 장미향에 시경이 마른 침을 삼켰다. 발 끝에서부터 올라오는 열기가 혈관을 타고 시경의 전신을 덥혔다.
"또 봐, 이 엉큼한 눈동자. 은시경씨 급한거 아는데 조금만. 응? 짠 한번만 해요."
우리 부부로서 첫 밤이니까. 재신이 시경의 손에 잔을 쥐어주고 가볍게 자신의 잔을 부딪혔다. 크리스탈이 부딪히는 맑은 소리가 공기중으로 흩어졌다. 맞닿은 손을 꼭 쥔채 향기로운 와인이 두 사람의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 좋다. 나른하게 재신이 시경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재신의 젖은 긴 머리카락의 시경의 어깨를 적셨다.
"기분이 묘해. 내가 유부녀라니, 믿기질 않아."
"아쉬우세요?"
"아쉽긴! 대놓고 아무 눈치도 안보고 은시경씨랑 다닐 생각에 좋기만 한데 뭐. 은시경씨는 안 아쉬워요?"
"뭐가, 말입니까?"
"착실하게 자라서, 여자친구도 없이 일만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이상한 공주한테 잡혀서 결혼했잖아."
"전에 만난 친구가 한 얘기 잊어버리셨어요? 공주님 아니었으면 저, 선봐서 어느 집에 팔려갔을겁니다."
"어, 이상한 공주라는건 부정 안하네."
"평범하시진… 않으시죠."
시경의 입술이 재신의 입술에 살짝 내려앉았다. 달콤한 와인향이 두 입술 사이를 감돌다 사라진다. 그래서 반한겁니다. 숨겨진 뒷말에 재신이 싫지 않은 듯 웃었다.
"결혼한다고 생각하니까… 옛날 생각이 엄청 많이 났어요. 내가 막, 은시경씨한테 못되게 굴었던 것도 생각나구."
"공주님이 언제 그러셨어요."
"맨날 짜증내고 화내고 반말하고 그랬잖아요. 하니 데려왔을 때도 그랬고, 은시경씨가 오빠 따라 북한 갔을 때도."
"북한 갔다 와서 제가 공주님한테 더 나쁜 말 했는걸요. 못되게 굴었다고 하면… 제가 공주님보다 더할겁니다. 매번 공주님 상처드리고."
그러니까 그 때 얘긴 그만해요. 다시 한 번 꾹, 도장을 찍듯 입술이 마주닿아 정지 신호가 울린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에게 기댄채 와인을 마셨다. 와인잔을 다 비운 재신이 협탁 위에 잔을 올려놓고 시경의 허리를 끌어안아 몸을 기대자 시경의 손이 재신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있잖아요."
"네."
"만약에, 아주 만약에…"
"네, 공주님."
"우리 아무 나쁜 일도 없이, 그냥 처음 만났을 때 그대로, 지금도 큰오빠가 왕이고, 작은 오빠는 언니랑 투닥거리다 결혼 하고, 난 여전히 엄마 몰래 음악 한다고 도망다니는 공주였다면… 그래도 우리, 지금처럼 되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 지금 너무 행복한데, 내 이 행복이… 우리 큰오빠랑 언니랑, 맞바꾼 그런 행복이 아닐까. 그런 생각. 내 탓 아닌거 아는데… 내가 잘못한거 아닌거 아는데… 그래도…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걸까. 가끔씩 그게 너무 무서워. 울지 않으려 꾹 누른 담담한 목소리가 마지막에 파르르 떨렸다. 품 안의 작은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끼며 시경은 가만히 재신의 손을 쥐었다. 반지가 끼워진 두 손이 겹쳐진다. 그 마음까지 다 감싸려는 듯 재신의 손을 감싼 시경이 그대로 재신의 정수리에 입술을 묻었다.
"기억나세요, 공주님? 제가… 공주님을 처음 뵌 순간부터 좋아했다고 했던거요."
"…응."
"공주님은… 어떠셨어요? 어떠셨을거 같아요?"
시경의 따스한 목소리에 재신은 천천히 두 사람의 처음을 돌이켰다. 재미없는 사람. 그리고 그 재미없는 근위대원과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고, 아무에게도 안 들려준 노래도 불러준 공주. 세상에서 재미없는걸 제일 싫어했던 공주, 이재신. 품 안의 재신이 말이 없자 시경은 빙긋이 웃었다.
"분명 또 벽이 있었겠죠. 아버지도 반대하셨을거고, 저는 또 공주님 장난감 되기 싫다고 피했을거에요."
"다리 다치기 전의 나였으면 아마 더 대놓고 쫓아다녔을걸요. …아님, 어차피 실장님이 골라주는 유력가문 아들이랑 결혼할텐데 뭐, 하고 나도 포기했을 수도 있고."
"그래도… 지금처럼 되었을거에요. 언젠가."
"그랬을까?"
"그럼요."
시경이 품 안의 재신을 마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가 아는 선왕 전하는, 막내 동생의 행복을 가장 바라실 분이십니다. 절 궁으로 부르신 분이… 선왕 전하시니까요. 으응. 울지 않으려 입술을 꼭 깨물며 재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재신을 바라보던 시경이 뺨을 감싸 입을 맞추며 재신을 침대에 눕혔다.
"그러니 울지 마세요, 공주님."
오늘밤엔, 이제부터 많이 우셔야 하니까요. 두 입술이 빈틈없이 맞닿았다. 재신의 팔이 시경의 목에 감겨들고, 시경이 팔을 뻗어 스탠드의 불을 껐다.
97.
"으응… 시경씨… 앗, 잠깐, 거기…"
몸 속 깊숙하게 파고드는 시경에 재신이 시경의 허리에 다리를 감았다. 하아, 뜨거운 숨결이 공기를 데우고 두 사람분의 무게에 침대 매트리스가 푹 가라앉았다 다시 제 모양을 찾길 반복했다. 으응, 나, 좀 더, 조금만… 갈급하게 원하는 목소리가 시경을 끌어당기고 잠시 떨어졌던 입술이 다시 급하게 맞물려 서로의 혀를 찾았다. 재신의 허벅지를 감싸 훑어올리던 손이 매끈한 배를 지나 다시 탐스러운 가슴을 쥐었다. 아, 도드라진 가슴의 윤곽을 따라 손가락이 움직이다 이내 다시 입술로 빨아들이자 재신이 고개를 젖히며 탄성을 내질렀다. 밀어낼듯 와닿았던 손이 그대로 단단한 가슴팍을 쓸어올리고 어깨를 쥔다. 전신에 몰아치는 쾌감이 서로를 더 당기게 하고 몇 번이나 절정에 오르게 했다. 어느 한 구석 모르는 곳이 없는 몸이었다. 그러나 어느 한 번 똑같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가장 특별했다.
"시경씨…"
열기가 가득한 눈으로 재신이 시경을 바라보았다. 시경의 검은 눈동자가 한없이 깊게 재신을 그대로 담아 내고 있었다. 재신이 파르르 웃었다. 정말, 거울(鏡)같은 남자다.
"하아, 시경씨…"
"네… 공주님."
"…여보."
순간 시경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달뜬 얼굴로 올려다보는 재신을 보던 시경의 눈이 느릿하게 깜박였다. 왜, 멈춰요? 조르듯 안겨오는 몸과 의아한 목소리를 …하아, 시경의 몸 속 깊은 곳에서 끌어올려진 한숨이 덮었다. 공주님. …으응? 공주님은, 정말…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열기가 멈춰진 짧은 순간 폭발했다. 이건 다, 공주님 탓입니다. 응? 으응? 앗, 자, 잠깐. 시경씨… 하으, 그, 그러지 마아… 아, 아앗…! 불꽃이 번지듯 타오르는 시경에 재신의 몸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무너져 내렸다. 더이상 닿을 곳이 없을 정도로 시경이 깊숙히 재신의 안으로 들어차 재신의 몸이 점점 침대 헤드 쪽으로 밀려났다. 본능적으로 밀어내는 손조차 결박되어 흥분만을 더하고, 재신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쾌감에 정신이 희미해지는걸 느꼈다.
뱉어낼 수 없는 열기에 취해 시경은 지독하게 본능에 충실했다. 재신의 입술에서 나온 그 한 단어가, 시경의 마지막 이성을 잃게 했다. 내 여자, 내 아내. 한 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시경은 급박하게 재신에게 파고들었다. 숨을 채 들이키지 못해 재신이 어깨에 매달려 할딱거렸지만 시경은 숨쉴 틈을 줄 여유조차 없었다. 밤은 짧고 시간은 가고 있었다. 작은 물고기마냥 파들파들 떨리는 재신의 몸을 다시 그러쥐며 시경은 어찌 되었건 재하에게 감사했다. 오전 비행기였다면, 아마 틀림없이 비행기를 못 탔을 것이다.
98.
"좋은 시간 보내셨습니까?"
"부마님 얼굴이 반짝반짝 하신걸 보니, 뭐. 봐라, 공주님은 비행기 앉자마자 주무실 분위기잖아."
"염동하, 한 마디만 더 해라."
나란히 손을 잡고 나타난 공주부부에게 다소 도 넘은 농을 걸던 동하가 시경의 목소리에 끽, 입을 다물었다. 공항으로 향하는 의전 차량에 오른 시경은 슬쩍 재신의 기색을 살폈다. 동하의 놀림이 무리도 아닌 듯 재신은 차에 오르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해 이내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잠이 들었다. 시경은 조심스레 재신이 깨지 않도록 재신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동하를 향한 괜한 꾸지람은 찔리는 것의 발로다. 동이 트고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것을 본 기억이 있으니 켕기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양심이 없었다.
신혼여행은 영국에서 몇일간 머무르고 지중해에서 푹 쉴 예정이었다. 일정은 전적으로 재신이 짰고 시경은 어떤 일정이든 재신이 원하는대로 따라 가겠다고 했다.
「나 유학했던 곳, 시경씨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살았던 곳, 걸었던 거리, 밥 먹었던 곳들, 다요.」
아직 시경을 만나기 전의 재신이 있던 곳. 이십대 초반의 재신을 만난다는 생각에 시경의 마음에도 설렘이 깃들었다.
"저희는 정말 눈에 안 띄는 곳에 있습니다! 순찰도 정해진 시간에만 하고 일정과 코스도 위험한 곳은 없고 미리 다 체크했으니 저희는 그냥 없는 사람이려니, 하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시면, 아시죠? 비상연락."
"그래. 수고가 많다."
"저희 일인데 무슨 수고입니까, 공주님과 부마님 덕분에 저희도 유럽도 오고 그러는거죠 뭐. 그럼. 충성."
숙소에 두 사람이 짐을 내려놓자 동하가 재빨리 경례를 붙이고 사라진다. 왕족의 사적인 휴가나 여행을 눈에 띄지 않게 경호하는 것도 근위대가 하는 일이었다. 시경도 이미 경험이 있었다. 갈까요, 공주님? 시경이 손을 내밀자 비행기에서까지 푹 잔 덕분에 다시 눈이 반짝반짝해진 재신이 냉큼 손을 붙들었다. 재신의 티셔츠와 시경의 가디건이 같은 스트라이프 무늬다. 시경의 트렌치코트와 재신의 스커트의 색도 같으니 공주의 센스가 돋보였다. 시경의 손을 잡아 이끌며 재신이 익숙한 거리로 발을 내딛었다.
"와, 정말 오랜만에 와보는거 같아요. 여기 매일 걸어다녔는데."
"근위대는 잘 데리고 다니셨던겁니까?"
"에이, 유학생이 뭐 위험할 일 있다고. …라고 그 땐 생각했죠. 맨날 떼어놓고 잘도 도망다녔어요. 어? 시경씨 나 음료수."
한국보다 한결 더 쌀쌀한 날씨의 영국 거리를 공주 부부가 사람들에게 섞여 걸었다. 한 손에 음료수를 든 채 재신은 끊임없이 시경에게 조잘조잘 말을 이었다. 그래서 글쎄, 나 저기 앉아 있는데 헌팅 당했었어요. 은근히 사람들이 잘 모른다? 시경씨도 저기 어느 나라 공주 얼굴 아냐고 하면 잘 모르잖아. 여기 사람들도 잘 모르는거에요. 그래서 그 남자가 오더니 나한테 너 엄청 예쁘다고, 남자친구 있냐고. 근데 너무 내 타입 아니었어. 아, 저기 극장에서 공연도 봤었어요. 그냥 대충 기둥 뒷자리 끊어서 봤는데 나중에 극장 오너가 내가 공주인거 알고 완전 멘탈이 붕괴되어서, 아하하. 다음에 오면 발코니석 제일 좋은데로 준다고 했는데, 우리 공연 보고 갈까요?
스무살부터 줄곧 재신이 머물렀던 곳. 거리마다, 광장마다 재신의 추억이 있고 흔적이 있었다. 스무살의 재신이 걷던 골목을 걷고, 스물두살의 재신이 저녁을 먹었던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스물셋의 재신이 춤을 추었던 클럽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스물다섯살 생일파티를 했던 호텔에 머물렀다. 재신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고 시경은 기억을 만들었다. 그리고, 혼자의 시간을 둘로 채우며 두 사람의 추억도 하나씩 새로 쓰였다.
"영국은 흐려서 별도 잘 안보여요."
"그러네요.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그래서, 별똥별쇼한다고 했을 때 엄청 보고 싶었어요. 영국에선 별 보기가 어려웠으니까."
테라스 난간에 팔을 걸친 재신이 별 한점 없이 끝없이 새카만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쉽지 않으세요?"
"뭐가요?"
"유학, 다 못 끝내셨잖아요."
"어쩔 수 없었는걸. 마저 공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아쉬움은 없어요. 그 후의 내 인생,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 것도 많으니까."
재신은 별을 찾으려는 듯 밤하늘을 좇던 눈을 돌려 옆에 선 시경을 마주했다. 그래도, 어쩐지 학교는 못 가겠어요. 미련 남아서. 히힛. 고개를 기울이며 웃는 재신의 입술에 시경이 촉, 소리나게 입을 맞추었다. 언젠가… 시간 되면 마치세요, 공부. 노래를 다시 하란 말을 할 때와 똑같이 진심이 담긴 진지한 목소리에 재신이 눈을 휘며 웃었다. 이 사람. 변하지 않는다, 정말.
"그럴 시간이 어딨어? 왕실에서 내 이름으로 벌여놓은 사업이 몇갠데. 그리고 이제 유부녀인데 남편 한국에 놓고 어딜 혼자 외국에 와요, 외국에. 이 사람이 큰일날 소리 하네."
"아쉽네요."
"뭐가, 벌써 부인 외국에 떼어놓고 싱글라이프 즐길 생각 하는거야?"
"아내 덕에 외국 살이좀 해보려고 했죠."
"나 따라 외국오면, 비서실은 어쩌고?"
쉴 마음도 없으면서. 재신이 곱게 눈을 흘겼다. 쉴 생각 하지 말아요,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자식들 먹여 살리려면 가장이 열심히 벌어야지. 군인 연금으로는 어림도 없으니 착실하게 비서실에서 월급 받아요. …그래도, 오늘의 농담은 합격점 줄게요. 새침하게 덧붙여진 한마디에 시경도 결국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그래도 센스충만까진 아니야. 그놈의 센스충만은 대체 언제 오는거야?"
"아직도 아닙니까?"
"아직도 아니거든요."
"뭐가 문제입니까?"
"뭐가 문제냐구요?"
"네."
"이쯤에선 딱, 불끄고 공주님안기 해서 들어가야지."
…뭐, 그래도 다행이네. 뭐가요? 은시경씨, 눈치껏은 못해도 한번 가르쳐주면 딱 알아듣거든.
99.
아무도 없는 백사장에 두 사람의 발자국이 새겨졌다. 사유지인 해변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를 온전히 단둘이 있게 해주었다. 재신과 시경은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커다란 창으로 햇살이 나부낄 때까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잠들었고, 부스스 눈도 채 뜨지 못한채 늦은 모닝 키스를 했다. 더이상 시경은 새벽에 공주의 방을 나서지 않아도 되었고 재신은 혼자 일어나지 않아도 되었다. 집게핀으로 머리카락을 대강 틀어올린 재신이 커피를 내리고 아침을 차리면 하얗게 드러난 뒷목에 시경이 입을 맞추었다. 아침 식사는 또다시 미뤄지고, 두 사람은 침대에 앉아 식은 커피를 나누어 마셨다.
일년 내내 따뜻한 지중해의 햇살을 만끽하며 재신은 시경을 졸라 바다에 들어갔다. 재신이 수영을 잘 하는 것을 알면서도 행여 물에 빠지기라도 할까 시경은 품에서 재신을 놓지 않았다. 얕은 해안으로 밀려나온 빨간 산호조각을 시경이 주워 들었다. 물기에 반짝이는 작은 조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재신은 한참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시경은 산호보다 더 선명하게 붉은 색으로 빛나는 재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빗어내렸다.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이 재신의 등을 간지럽히고, 이리저리 몸을 뒤틀던 재신이 웃음을 터뜨렸다. 청량한 웃음소리는, 이내 다시 맞닿은 입술로 삼켜졌다.
"아, 좋다. 그쵸."
"네. 좋습니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지. 하루하루 가는게 너무 아까워요."
시경의 손을 꼭 쥔 채로 재신이 백사장의 고운 모래를 발로 찼다. 흰 모래가 재신의 맨발과 종아리에 묻어나자 재신은 허리를 숙여 모래를 탁탁 손으로 쳐냈다.
"돌아가면 바쁘겠죠?"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전하께서 밀린 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계실겁니다. 결혼 때문에 미뤄둔 공주님 공식 일정도 재개해야 하고요."
"오빠는 뭘 그렇게 맨날 은시경씨한테 일을 몰아주나 몰라."
입술을 비죽이던 재신이 고개를 들어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하늘과 바다의 끝이 맞닿은 선에서 작은 배가 모습을 드러냈다가 이내 사라졌다. 내리쬐는 햇살에 재신의 눈이 살짝 가늘어졌다. 바람소리조차 나지 않는 고요함이 두 사람을 감쌌다.
"은시경씨."
"네."
"난 진짜 공주인가봐."
"공주님은 공주님이시죠."
"어릴 땐 동화책에 나오는 공주들이 진짜 맘에 안들었어요. 난 이렇게 안 살거야, 그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내 삶이 동화속 공주의 삶이더라구요."
곱게곱게 예쁘게 자란 공주가 어느날 괴물의 저주에 걸렸는데, 멋지게 나타난 기사님이 괴물을 물리치고 공주의 저주를 풀어주었습니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듯 말을 이은 재신이 시경을 바라보았다. 시경의 눈이 재신을 마주했다. 살며시 바람이 나부끼며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 재신이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시경의 표정은 부드러웠다. 언제부터 이 사람이 이런 표정이 되었더라, 재신은 막연히 시경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늘 딱딱하게 미간을 찡그린 얼굴이었는데 어느 순간 시경에게서 이런 얼굴을 보게 되었다. 다정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눈. 반듯하게 꽉 짜여진 경직된 삶과 예상치 못하게 끼쳐온 급박한 상황에 가려져 있었을 시경의 본연의 얼굴. 재신은 시경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 남자다운 눈썹과 까맣고 정직한 눈,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을 차례로 매만진 재신의 손가락이 시경의 뺨에 머물렀다. 손 끝에 와닿는 체온에, 두 눈에 담기는 모습에 실감이 났다. 이제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이. 재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시경이 존재함으로서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워지는지, 강해지는지. 얼마나, 충만해지는지.
"난, 동화 밖으로 나갈거에요."
동화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현실로 나갈거에요. 공주와 기사가 오래오래 어떻게 행복했는지… 모두에게 보여줄거에요. 재신이 웃어보였다. 시경도 마주 웃었다. 다시 바람이 불고 파도가 얕게 두 사람의 발을 적셨다. 밀려온 파도가 두 사람의 발자국을 야트막이 지워나갔다. 단단하게 깍지를 낀 손가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얽혀들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다시 발을 떼었다. 백사장에 새로운 두 쌍의 발자국이 찍혀나갔다.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와 기사의 발자국이.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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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데드라인이 있었고 완결 때까지 써야겠다고 생각한 내용이 있었다. 첫번째 데드라인이었던 강철대오 개봉 전은 도무지 무리여서 결국 두번째 데드라인인 반야 등장 전까진 맞추려 노력했다. 정해진 분량 있음-정해진 시간 있음: 열심히 쓰는 수밖에. 퇴근 후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줄일 수 있는게 잠밖에 없었다. 덕분에 10월 중순 넘어서는 계속 원래의 페이스를 넘어섰던 것 같다. 제가 생각해도 정말 엄청난 속도로 업데이트를… ㅇ<-<
더 느릿하게 연재했어도 분명히 내용도, 엔딩도 같았을거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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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에 담으려 했던 에피소드는 다 담았다. 완결점도 예전부터 생각했던 끝이다. 나도 이렇게까지 빠짐없이 다 넣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안 그럴줄 알았는데 마지막 문단을 쓰는데 눈물이 줄줄 났다. 모든게 다,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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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에피소드 중심이었는데 어느새 결국 연재에 가깝게 되었고 연재에 대한 압박이 없진 않았다. 성격이 규칙적인걸 좋아하고, 내가 정해둔 일정이나 스스로 한 약속이 어긋나는건 마음이 불편하다. 어느 순간 점을 찍고 쉬어갈 타이밍이 필요하기도 했다. 체력적으로도 한계였고. 그리고, 길게 길게 계속 쓴다면 못 쓰진 않았겠지만 처음과 끝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 내가 이 글과 은신을 좋아했던만큼 외전을 쓰든 단편적으로 더 잇든 마무리를 짓겠다 생각한 부분에서 확실하게 점을 찍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어영부영 잇다가 사그라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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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현실이라고들 한다. 아흔아홉가지의 에피소드를 지나, 백번째 에피소드는 두 사람이 함께 내딛는 현실의 첫걸음이 되게 하고 싶었다. 꿈보다 더 달콤하고 동화보다 더 예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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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의 이야기도 토막토막 써보고 싶고, 다른 이야기도 써보고 싶고, 형사물에 미련도 아직 있습니다 ^^; 근데 아직 아무 생각이 없어서… 지금보다 좀 천천히 또 써보도록 할게요. 지금은 너무 오버페이스라 으하하 제본에 대해서는 지금부터 조금씩 손대보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문장도 손봐야 하고 에피소드 순서나 이런 것도 좀 바꿀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조만간 공지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우선은 박살난 수면사이클과 체력을 좀 T▽T
이렇게 길게 연재할 수 있었던건 다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입니다. 어쩐지 저도 홀가분하면서도 미련 가득해 계속 컴퓨터 앞을 떠나질 못하네요. T_T 와주시는 분들, 읽어주시는 분들, 덧글 달아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덧글 주시는 분들께 모두 한분한분 답해드리고 해주시는 이야기들도 함께 나누고 분에 넘치는 칭찬에 감사말씀도 다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늘 죄송했어요. 부족한 글을 좋아해주시고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정말정말, 늘 고맙습니다 :3♥ 점핑큰절! (--)(__)(--)(__)
그럼 또 뵈어요:D 은신은 동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