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근위대원의 날들 - 14
짧은 알콩달콩 2
점점 서 중사가 안나오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서 중사 미안해요 담엔 꼭 등장함
33. 서 중사가 비번이었던 날 이야기
"죄송합니다, 공주님. 일정이 조금씩 밀리고 있어서… 좀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대기실에 계시면 저희가…"
"아니에요, 그럼 시간 또 밀리잖아요. 대기실도 먼데. 여기서 기다릴테니 편하게 하세요."
진주빛의 롱드레스를 입은 재신이 연신 죄송하다며 허리를 굽히는 스탭에게 아니라며 웃어보였다. 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식 2부 인사를 맡은 재신은 이미 5분 전부터 무대 뒤에 대기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조금씩 밀리는 바람에 대기시간이 계속 길어지던 참이었다. 재신에게 열심히 사과한 스탭이 몇 발 뒤에서 경호차 서 있는 시경에게까지 연신 허리를 굽히고는 다시 무대 쪽으로 뛰어나간다. 걱정 말라며 스탭에게 손을 흔들어보인 재신의 곁으로 시경이 다가왔다.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후 다시 한 번 동선을 살피는 시경 쪽으로 걸어가던 재신의 무릎이 순간 살짝 풀린다.
"꺅!"
"조심하세요, 공주님."
시경이 휘청하는 재신을 재빨리 붙들자 재신이 언제 비틀거렸냐는 듯 쏙 시경의 품으로 파고든다. 속았지롱! 장난스럽게 웃는 재신의 허리를 단단하게 붙들며 시경이 단호한 얼굴로 말한다. 공주님, 그런 장난 좀 치지 마세요. 놀란단말입니다. 위급상황 안 만들면 은시경씨는 밖에선 보체접촉 안하려고 하니까 그렇지! 커다란 눈을 휘며 까르르 웃던 재신이 시경의 옷깃을 잡고 만지작거리다가 슬그머니 시경의 손이 겹쳐지려 할 무렵 새침하게 뒤로 물러난다. 시경의 모든 감정을 표현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의 눈썹 한 쪽이 묘하게 꿈틀한다. 재신이 장난스럽게 혀를 쏙 내밀고는 파르륵 큐카드를 넘긴다.
"나 대본 외웠으니까, 맞나 틀리나 잘 봐줘요. 자, 이거 들고. 틀리면 꼭 얘기해줘야 돼."
시경에게 큐카드를 맡긴채 부드럽고 우아하게 멘트를 이어가던 재신이 인사말을 마치고 살짝 시경을 바라보았다. 진지한 얼굴로 큐카드를 보던 시경이 미소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나 잘하죠? 마주보며 재신이 방긋 웃는다. 네, 정말 잘하세요. 너무 정직해 부끄러울정도로 진심인 목소리로 시경이 대답하자 재신이 팔을 쭉 뻗어 시경의 목에 감아 시경을 끌어당겼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재신의 향이 시경의 코 끝을 간지럽혔다. 빠져들 것 같이 가깝게 시선을 맞추는 재신의 눈동자가 따뜻하다.
"은시경씨 덕분이에요."
"제가 뭘 한게 있다고요."
"은시경씨가 예전에 그랬잖아요. 내가 별보다 더 반짝인다고."
평화포럼 때 말이에요. 도저히 나갈 수 없어서 벌벌 떨었던 그 때. 뭐 결국 국제적으로 망신당하긴 했지만, 나 그 때 은시경씨 아니었으면 아예 나갈 수도 없었을거에요. 그 때 공주님 쓰러지신건 공주님 탓이 아니십니다. 클럽M에서 음악만 바꿔치기 안했어도 공주님 훌륭하게 인사말씀 하셨을겁니다.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단호한 말투에 재신이 배시시 웃으며 시경의 찡그려진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뭘 그렇게 또 정색을 해요. 망신당한건 맞지 뭘. 그래도 멋지게 복구했잖아요, 나. 재신이 시경의 이마에 쪽, 입을 맞추었다.
"나 아직도 가끔 사람들 앞에 서는거 무서울 때 있어요. 자주는 아니고 진짜 아주 가끔. 이렇게 무대 뒤에 서 있으면,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도 정신병자 공주라고 생각하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고 걸어나가다 조금 휘청이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역시 다리병신이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싶어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기도 하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생각해요. 은시경씨는 다른 모든 사람들이 미쳐가는 공주 비위 맞춰주며 감싸주기만 할 때도 나한테 진실만 얘기했던 사람이니까. 그런 은시경씨가 내가 반짝반짝하다고 했으니까. 난 반짝반짝 별같은 공주일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아져요."
그런 생각 절대 하지 마세요. 공주님은, 시경의 말을 가로막으며 재신이 고개를 갸웃, 살포시 웃는다. 반짝반짝 빛난다고? 그 말에 시경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 말 백번쯤 들었는데도 왜 이렇게 좋을까. 새의 부리로 쪼듯이 재신이 시경의 코 끝이며 입술에 쪽쪽 연신 입을 맞추자 시경은 부끄러운 듯 눈썹을 만지작거리며 웃으면서도 피하지는 않는다. 시경의 이어폰으로 무언가 말소리가 들려와 시경이 그 쪽으로 귀를 기울이려 하자 재신이 시경의 왼쪽 귀에서 쏙 이어폰을 잡아 당겨버린다.
"공주님, 무전이…"
"아까 시간 지체되어서 어차피 나 나갈 때까지 10분 남았잖아요. 뭘 그렇게 신경써요?"
"바깥쪽 상황을 전달을 받아야…"
"내가 누구라고?"
"…공주님이시죠."
"그럼 누구 명령이 제일 중요해?"
그 큰 눈으로 대답을 요구하는 재신을 보며 결국 시경이 난처한 듯 대답한다. 공주님 명령이요. 그치? 자꾸 내 말 안들으면 실업자 만들어버릴거야. 깜찍하기 짝이 없는 협박에 결국 시경이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실업자 되면 공주님 셔터맨으로 재취업할겁니다. 뭐래, 셔터맨만 시킬줄 알아요? 운전기사 전업주부 다 시킬거에요. 시경이 재신의 허리를 감아 당기자 재신이 투닥투닥 마음에도 없는 반항을 하다가 이내 다시 시경의 턱에 잘게 입을 맞춘다. 시경이 고개를 틀어 재신의 입술 화장이 지워지지 않게 조심조심 입을 맞춘다. 살짝 대었다가 떨어지고, 또 닿을 듯 했다 떨어지며 아쉬운 키스에 한참 열중중인 두 사람의 옆에서 흠, 하는 헛기침 소리가 났다. 화들짝 놀라 재신을 품으로 숨기며 돌아보는 시경의 눈 앞에 정말 오기 싫어 미쳐버릴 것 같단 얼굴로 동하가 서 있다. 그, 한참 분위기 좋으신데 죄송합니다만, 동하가 천장 구석을 가리켰다. 네 개의 눈동자가 동하의 손가락을 따라가자, 모서리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빨간불이 반짝인다.
"출연자 대기 영상용으로 설치된 카메라가 지금 무대쪽 화면과 연결되어 있지 말입니다."
뭐, 왜 말 안했어. 단번에 얼굴이 굳는 시경을 보며 동하가 톡톡, 왼쪽 귀를 두드렸다. 이어폰 빼고 계신게 누군데 왜 저한테 화풀이에요, 진짜. 아 몰라요. 지금 앞에서 관객 사회자 다같이 두분 애정행각 감상했으니 알아서 하십쇼. 할 말 다했다는 듯 동하가 휘적휘적 다시 위치를 향하고 시경의 귀가 새빨개진다. 카메라와 시경, 동하를 번갈아가며 보던 재신의 두 뺨도 붉다. 미쳐, 진짜. 때마침 2부를 시작하는 인사말이 들리고 재신이 무대로 나갈 시간이 되었다.
무대로 나오는 재신을 향한 박수가 이상하리만치 뜨겁다. 아우, 정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싶은걸 겨우 참고 나온 재신이 죽 사회자와 관객들을 다 둘러본다.
"아우, 정말. 아니 왜 무대 뒤에 카메라같은걸 연결해놓고 그러세요. 공주 숨어서 연애 좀 합시다."
까르르 웃으며 건네지는 공주의 농담에 회장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된다. 정말, 영화제 축사 하러 와서 별걸 다 들키네요. 막 스킨쉽이라도 했다간 큰일날 뻔했어. 환하게 웃은 재신이 인사말을 이어간다. 너무너무 좋은 영화가 많이 상영되서 저도 굉장히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배우분들도 많이 오셨죠. 축하 공연 게스트도 정말 훌륭하고요. 좋은 영화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멋지게 축사를 마무리한 재신을 향해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재신은 인사를 마치고 귀빈석으로 내려가면서도 손을 흔들어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무대 뒤쪽에서 시경도 따스한 눈으로 재신을 바라보았다.
영화제가 끝나고 환궁하는 길, 간만에 운전대를 잡은 동하가 연신 재신과 시경을 놀려댄다. 두 분 평소에 그러고 노십니까, 진짜 모르는거 아니었지만 아주 그냥 깨가 쏟아져서 못보고 있겠습니다. 그만해. 조수석에 앉은 시경이 연신 눈치를 줬지만 동하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건수를 잡았다는 듯이 떠들고 있었다. 염 대위, 내가 요즘 궁인들을 좀 인사이동을 시킬까 하는데 말이에요. 제주도 별장으로. 재신이 제주도, 라는 단어에 꾹꾹 강세를 넣어 말하기 전까지는. 꿀먹은 듯 당장 조용해지는 동하를 보며 재신이 사이드 미러를 통해 시경에게 가볍게 윙크를 한다. 거울을 두고 마주친 두 사람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34. 그리고 인터넷의 반응
[제목] 왕족의_애교.swf
국제영화제 무대 뒤에서 공주님이랑 은소령 플짤
시발 공주님 존예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애교 쩔어 카메라 켜놓은 님 스릉흔드....
공주님 진짜 존예... 저렇게 애교 부리면 난 여잔데 설렘...
뽀뽀스킬봐 쩔어 공주님 좋은거 배웠습니다 남친에게 실습하러 감
ㄴ그남있?
ㄴ그남있?222222222222222222222
ㄴ그남있?33333333333333333333333333333
공주님 귀걸이 어디건지 아는 사람
ㄴ저거 인사동 공방에서 파는거래
ㄴ그 공방 인쇼도 있음 ㅇㅇ 인사동 안가도 됨 ㅇㅇ 쪽지 확인해
은시경 갖고싶다 속눈썹 한톨만......... 갖고싶다 저 남자.............
ㄴ난 저 가슴에 한번만 안겨보고싶...
ㄴ난 등짝... 등짝 한번만 만져보면 안되겠니...! 하앍
ㄴ얘네들 다 정신 차리고 보면 공주궁 취조실
ㄴ공주님 쿨한 여자야 그럴리 없어
ㄴ내남자 앞에서 쿨한 여자 없다
시발 누구 명령이 중요하냐고 할 때 표정 봐 저 앙다문 입술ㅜㅜ
ㄴ레알공주라 저런 드립도 가능하구나 진짜 ㅜㅜㅜㅜㅜㅜ
ㄴ난 은소령 이어폰 뺄 때. 진짜 공주님이 애교의 적정선을 아는듯. 내가 은시경이면 진짜 안달난다. 완전 손안에서 쥐락펴락
ㄴ근데 공주님 보면 저게 진짜 본능인거 같아........... 일부러 하는게 아닌거 같음
근데 난 공주님 애교랑 애정행각도 그런데 공주님 얘기 순수하게 진짜 감동적임 은소령 진짜 너무 대단하고 공주님 힘들 때 진짜 은소령 많이 의지한게 보여서 난 둘이 잘되서 좋다
ㄴㅇㅇ 솔직히 처음 테러 나고 공주님 진짜 이미지 안좋았잖아 밖에도 안나오고 찌라시 졸 많이 돌고 근데 나라도 미쳤을거 같음 어느날 갑자기 친오빠 죽고 자기 하반신 마비되면. 근데 일어난거 진짜 대단함. 난 공주님 진짜 한 인간으로서 존경함
ㄴ은소령 진짜 죽은거였으면 어쩔뻔했어..ㅠㅠ
ㄴ공주님도 은소령도 진짜 대단함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사냐 나였으면 진작에 멘붕옴
ㄴ진짜 둘이 서로 너무 좋아하는게 눈에 보여서 전하랑 왕비님도 그렇고 지금 왕실 분위기 너무 좋아 훈훈함
ㄴ얼굴도 훈훈함 2세들이 기대됨
공주님이랑 은소령 영상이나 사진 뜰 때마다 느끼지만 은소령 진짜 공주님 심하게 좋아하는듯 너무 심함 얼굴에 너무 티가 남 근데 나라도 여자친구가 공주님이면 그럴 것 같은게 함정
ㄴ22222 공주님이 내 성정체성을 자꾸 흔들어놓으신다
ㄴ근데 공주님도 만만치 않음ㅋㅋㅋㅋㅋㅋㅋ 공주님 가만 보면 소유욕 쩔엌ㅋㅋㅋㅋㅋ
아 근데 감질맛난다 좀 찐하게 키스하는거 이런 영상 한번 뜨면 좋겠구만
ㄴ전하한테 은소령 쥬금
ㄴ전하는 툭하면 어디서든 왕비님 붙들고 하시면서 뭘... 이제 전하랑 왕비님 영상 너무 흔함 새로운걸 원함
ㄴ좀 찐하게22222 공주님 제발 한번만................
공주님 애교스킬 만렙...
그리고 환궁한 은시경은 매우 전하에게 비아냥비아냥 놀림을 당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공주님은 부끄럽지 않다 이재하의 동생인걸.
꽁냥꽁냥꽁냥꽁냥 쓰면서 즐겁습니다